우리들 인연은 1969년 여중 1학년부터였지...
입학 후 첫 성적표를 받고 너무 놀라 충격을 받고 교과서를 은,는, 이, 가, 다를 빼고는 달달 외워
교과서를 씹어 먹듯 해서 받은 다음 달 시험 성적은 더 충격.
그 당시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라 자부하던 학교였으니 친구들의 영특함에 또 한 번 깨갱.
그렇게 부산, 경남 일원에서 난다 하는 친구들 집단이었으니 변두리에 있던 학교에서
전교 1등이 무슨 소용이냐 하 듯 친구들의 실력은 출중했었다.
그렇게 말똥이 굴러가도 웃는다는 여고 시절과 대학은 서울로 외국으로 각각 흩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제 실력을 다진 친구, 결혼으로 소식이 없던 친구들이 애를 낳고 키우며 소식들을 알게 되고
다시 뭉친 15명 친구들은 지금까지 30년의 세월을 함께 해 오고 있다.


어제는 밀양에 귀촌한 중1 때 내 짝지 동주의 집으로 10 명의 친구들이 방문했다.
동주는 우리 친구들 사이에서 "해피 바이러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분위기 메이크다.
부산 중심가에서 나고 자라 아스팔트만 밟고 성장한데 비해 시골을 좋아하고,
특히 꽃밭과 텃밭에 진심인, 마음 심지도 아주 깊은 약사 직업을 가졌던 나의 벗이다.
어릴 때 꿈이 현모양처라고 늘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역이다.ㅎㅎ
그래서인지 반찬도 아주 깔끔하고, 정갈하게 만들어 내어 놓는 여자 중의 여자이기도 하다.
그런 동주의 집에 친구가 10명이나 들이닥쳐 텃밭에 있는 가지, 호박, 토마토, 고추, 방아잎 등을
각자 먹을 만큼 봉지 봉지 넣어 저녁 찬거리를 뜯어 왔다.
친구 동주는 흐드러지게 열린 채소가 오늘은 친구네 가족들 입으로 맛있게 들어갈 것이
행복하다며 많이들 따 가져가란다.

많은 친구들 밥을 직접 하려는 친구를 미리 말려 예약해 둔 식당으로 가서 한우구이를 먹고
다시 밀양강을 끼고 정원을 잘 가꾼 카페로 가서 지지배배 할머니들의 수다 삼매.
이제는 손자녀 들 이야기로 꽃은 피우다가 친구 영희의 손자가 미국 보스턴 FAY SCOOL을
수석 졸업하고 9월에 필립스 엑시터라는 미국 최고의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단다.
영희는 이대 영문과를 졸업한 재원이며 남편도 서울대를 졸업하고 딸들도 서울대를 졸업한 수재들이니
손자가 영특한 유전자일 수밖에 없다.
우리 친구들은 그 소식을 접하는 순간 모두 박수를 치며 내 손자일인 냥 축하모드로...
그래서 차를 대접하겠다는 영희에게 다음 달 밥을 사라는 밉지 않은 강요를 하여 약속을 했다.
그러다가 친구 계영이 사위가 서울의 모 구의 경찰서장으로 발령받았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래서 8월 밥은 또 계영이가 사기로 자진 약속.
친구들은 손자녀 출생으로 자진해서 밥을 사고, 자녀들 병원 개업으로 밥 사고, 하버드교수되었다고
정교수, 종신교수 되었다고 , 줄리어드 음대 합격 했다고 등등 좋은 일만 있으면 밥을 산다.
"친구들아~ 밥 살 일들로만 가득해라. 건강하고..."
이렇게 외쳐본다.
이제는 유명을 달리하는 친구도 있고, 남편이 또 그리되어 슬퍼하는 친구,
생이별하며 겪는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친구, 건강이 좋지 않아 힘든 친구들이
점점 늘어 가는 노년을 잘 버텨가며 사는 것이 최고인 나이대이다.
그런데도 울친구들은 60여 년 전부터 같은 학창 시절을, 30년 전부터는 모임으로 돈독히
우정을 나누며 곰삭은 된장같이 숙성되어 간다.
친구들아~~~
예전부터 그렇듯 앞으로도 잘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