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 날씨처럼 연그레이로 마음이 착 가라앉는 날에는 가끔씩 당기는 것이 바로 커피.
그럴 때는 조용히 원두를 갈아 핸드 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마신다.
정신적으로 좀 단순하게 살고 싶은 것이 요즘의 개인적인 소망인데... 현실은 참으로 그냥 놔 두지를 않으니...
그래도 스스로 단순해지고 싶어 느린 일상 중에 하나의 코스로 원두를 계량하고, 시간 안에 갈아서 원하는 양의 물을 끓여
아주 세밀하게 향을 맡으며 나만의 의식을 치뤄 보기도 한다.
이번에 구입한 원두는 Ethiopia Gedeb Halo Berity Slow Dry Natural이라는 긴 이름의 고급으로 몇 번 방문 후 구한 것이다.

산지: 해발 2,200 m
지역: Halo Berity, Gedeb
종류: 74112
공정:Slow Dry natural
맛/향: 블루베리,라이찌,포도 / 와인, 재스민
지난번에 사위가 마셔 보고 일부러 나를 데리고 가서 사 준 커피였는데, 오랜만에 내 입맛에도 참 좋다는 느낌을 받아 그 뒤로
가끔 씩 이 커피 한 잔으로 내 마음도 다스리고, 사치를 부리는 혼자 여유를 부리는 커피다.
계량하는 저울은 20년도 더 전에 산 거라 상하가 흔들려도 잘 작동하니 고무줄을 튕겨 아직도 잘 사용하고 있다.
전후세대인 내가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대에 태어나서 사치를 부리면 얼마나 부려 봤을까만 그래도 난
그 시절 부모 형제 사랑을 참 많이 받은 편이었음에도 항상 결핍이 주위에 깔려 있는 시대를 살아온 것이었다.
사치라는 것은 나와 같은 서민에게는 거의 할 수도 하지도 못하던 시절을 살아왔기에...
요즘은 한집 건너 카페가 들어선다 할 만큼 많아도 그래도 가끔식은 시간의 여유를 갖고 혼자서 조그만 의식을 치루 듯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마신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들으며 마시는 커피.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 나를 가장 깊이 만나는 시간" 이기 때문인 것이다.
natu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