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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상마다 하나의 인생이 누워있다

by moneysan-1 2026. 9. 20.

병실에 누워 보니

입원을 해 보니 알겠다.
병실의 침대마다 사람 하나가 누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한 생애가 함께 누워 있다는 것을.

쉰넷의 모 씨는 간경화 말기라고 한다.
아직 쉰넷이면 한창이라 할 나이인데
병원 침대에 누워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일흔넷의 금 모 씨는 교통사고로 고관절을 다쳐
꼼짝하지 못한 채 누워 있다.
그런데 오늘은 간암 말기였던 남편의 발인 날이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사람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날,
그 마지막 길조차 따라나서지 못하고
병실 천장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마음은 어떠할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쉽게 건넬 위로의 말조차 찾기 어려웠다.

그리고 나도 그들 곁의 침대 하나를 차지하고 누워 있다.

한동안 이사며 집안일이며
해결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붙들고 살았다.
이제 좀 정리가 되어 간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몸이 먼저 나를 붙잡았다.

빈혈이 심해져 어지럽고 숨이 차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병실에 누워 가만히 주위를 바라보니
사람 사는 일이 참 그렇다.

겉으로 볼 때는 그저 평범하게 오가는 사람들이지만
문 하나를 열고 그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면
저마다 말하지 못한 사연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산다.

누군가는 병든 몸 때문에 신음하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도 곁에 가지 못해 운다.
누군가는 가족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아픔을 들키지 않으려
괜찮은 척 웃는다.

나 또한 살아오며 참 많은 일을 겪었다.
지나고 보면 어떻게 그 시간을 건너왔나 싶은 날도 있었고,
이제는 다 지나갔다 싶으면
또 다른 일이 앞에 놓이곤 했다.

인생이란 어쩌면
그렇게 저마다 주어진 몫을 안고 걸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병실의 밤은 길다.
여기저기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고
간간이 낮은 신음도 들린다.

그 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아프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것,
내 발로 걸어 화장실을 가는 것,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것.

평소에는 너무 당연해서
감사한 줄조차 모르고 살았던 것들이
사실은 하나도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병상에 누워서야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이 병실에 누운 사람들 모두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있고, 각자의 눈물이 있다.
그리고 그 사연을 품은 채
오늘 하루도 어떻게든 견뎌내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지금은 잠시 병상에 몸을 맡기고
그동안 너무 오래 혹사시킨 나를 쉬게 해주려 한다.

살다 보면 산 하나를 넘으면 또 산이 나오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잘 건너왔다.

그러니 이번에는 서두르지 말자.

잘 먹고, 잘 자고, 치료 잘 받고
다시 내 두 발로 병원 문을 나서는 날까지.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다른 무엇도 아닌
나를 돌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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