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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나눈다는 것

by moneysan-1 2026. 8. 4.

 

베란다에서 익고 있는 된장과 벌레막이 계피 조각

 

 

해마다 장을 담근다.

 

1월에 장을 담궈 60일을 기다려 3월에 간장과 된장을 가른다. 하지만 된장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간장에게 내어준 맛을 다시 되찾기 위해 메주가루를 넣고, 고추씨가루를 더한다.

푹 삶아 곱게 간 콩물과 되직하게 지은 찰밥을 섞는다.

그리고 8년 동안 간수를 빼며 기다린 소금으로 마지막 간을 맞춘다.

 

장을 담그는 일은 늘 기다림이다. 시간은 손으로 만들 수 없기에 계절이 대신 일을 한다.

완성된 된장을 작은 용기에 나누어 담아 베란다에 차곡차곡 올려놓는다.

다시 숙성이라는 시간을 건네기 위해서다.

이 작은 용기들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오랜 친구들, 고마운 사람들, 내 삶을 함께 지나온 이들의

밥상으로 하나둘 떠날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정성을 들여 왜 나누느냐"라고 묻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누고 나면 내 것이 줄었다는 생각보다 마음이 더 넉넉해진다.

작은 된장 한 통이 누군가의 식탁에서 된장찌개가 되고, 그 안에 내 마음 한 숟갈도

함께 녹아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행복은 거창한 데 있지 않다.

해마다 장을 담글 수 있는 건강이 있고, 함께 나눌 사람이 있고, 나눌 것이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삶이다.

 

된장은 시간이 빚어내고, 사람은 나눔이 빚어낸다는 말을 믿는다.

 

해마다 장을 담그며 나는 다시 배운다.
좋은 음식은 시간을 먹고 익지만,
좋은 사람은 나눔을 먹고 깊어진다는 것을.

 

올해도 작은 된장 한 통이 누군가의 밥상을 따뜻하게 해 준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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