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눈을 뜨니 딸이랑 손녀가 환하게 웃으면서 생일 축하를 해준다.


혼자 보내는 생일이 길어지다 보니 어느새 내 생일도 까먹고 지냈는데, 두 사람이 차려준 아침상을 받는 순간
마음 한쪽이 따뜻하게 풀리는 느낌이었다. 저녁에는 호텔 데판야끼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식사도 같이 했다.
생일이라는 날이 이렇게 사람 마음을 꽉 채워줄 수도 있구나, 오랜만에 느꼈다.
그러다 문득 예전 생일 하나가 떠올랐다.
아이들이 귀띔으로 해서 마지못해 따라 나갔던 생일 외식. 집 앞에도 괜찮은 식당이 있었는데
굳이 여름이라며 영양탕집으로 갔다. 생일인 내가 뭘 먹고 싶은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더 또렷하게 기억나는 건 식사 중이었다. 전 배우자는 상간녀랑 통화하느라 자리를 비웠고,
나는 혼자 식탁에 앉아 숟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때 그 허전함이랑 모멸감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괜히 표정이라도 안 좋게 하면 또 큰소리칠까 봐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던 날.
그때 내 생일은 축하받는 날이 아니라 그냥 버텨야 하는 날이었다.
근데 오늘은 완전히 다르다.
억지로 끌려간 축하가 아니라, 진짜 마음이 담긴 축하를 받았다. 비싼 음식 때문이 아니라,
같이 있는 자식들의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세월은 많은 걸 잃게도 했지만, 뭐가 진짜 소중한 건지는 알려줬다.
상처였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 추억이 됐고, 따뜻한 한마디는 오늘을 행복하게 채워줬다.
올해 생일은 나이 하나 더 먹은 날이 아니라,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편안한 삶에 와 있다는 걸
선물처럼 확인한 날이었다.
그래서 오늘 생일은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